김용민 지음
한울아카데미 / 2018-03-05 발행 / 신국판 / 양장 / 336면 / 28,000원
ISBN 978-89-460-7053-0 93160
분야 : 철학, 정치·국제관계
◆ 자유로운 사상가 키케로, 로마인의 눈으로 그리스의 이상을 통찰하다
고대 로마에서 ‘국부(國父)’로 칭송되며 정치가로서도 승승장구한 키케로에게, 철학이란 로마인의 삶에서 구현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이상을 담는 것이어야 했다. 그는 로마인의 현실적인 관점으로 대립하는 견해들을 조화시켜 헬레니즘 철학 체계를 집대성했고, 학파나 학설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으로 외려 자신의 철학적 독창성을 발휘했다. 국가의 정치체제에서부터 영혼이 겪는 고통과 그 치유에 이르기까지, 삶에 맞닿아 있던 문제들을 전방위로 사색한 키케로의 철학적 저술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 책에서는 키케로의 철학적 저술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가 구축한 탄탄한 철학 체계를 새롭게 구명한다.
◆ 키케로의 철학 세계를 밝히는 면밀한 안내서 ◆ 끊임없이 현실을 겨냥하는 키케로의 실천적 이상
최초의 철학자로 불리는 탈레스가 하늘 위의 법칙에 골몰하느라 발밑을 보지 못해 웅덩이에 빠지고 말았다는 옛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철학’이라고 하면 실생활과 동떨어진 문제에 파묻혀 정작 눈앞의 일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현실성 없는 학문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나 고대 로마의 걸출한 정치가이자 당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였던 키케로의 생각은 달랐다. 그에게 철학이란 어디까지나 자신이 발을 디딘 로마의 역사와 현실에 뿌리를 두는 것이었고, 로마공화국에서 실현되었거나 실현될 가능성이 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천적 이상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키케로 철학의 이러한 현실성과 실천성은 고대 그리스 철학에 대한 철저한 통찰을 토대로 삼았기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 철학과 더불어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 신아카데미학파로 대표되는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적 주장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검증했으며, 학파나 학설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태도로 로마의 현실에 입각해 대립하는 주장들을 종합하고 절충했다. 키케로의 저작은 후대 사람들이 헬레니즘 철학을 이해하는 가장 큰 전거가 되었고, 만약 그가 없었다면 헬레니즘 철학의 중요한 내용은 파악되지 못한 채 그 시대는 사상의 암흑기로 남았을 것이다. 우리는 키케로의 철학을 통해 헬레니즘 철학 전반의 주요 흐름과 논점을 파악하는 동시에, 그리스 철학에 기반을 두되 그것과 구별되는 독창적인 실천성을 띤 로마 철학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현실의 문제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지극히 실천적인 그의 사상은 지나치게 이상에만 치우치기 쉬운 철학적 논의에 현실로 통하는 밝은 창을 내주며, 모든 철학적 논의가 결국은 우리 삶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정의와 행복을 추구하는 방안임을 끊임없이 일깨워준다.
◆ 2000년간 거듭된 재평가를 끌어낸 키케로 철학의 진면목
기원전 1세기에 전개된 키케로의 철학에 대해 후대 사람들은 상당히 상반된 평가를 내려왔고, 그러한 평가는 역사적으로 부침을 거듭해 오늘날까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키케로의 작품을 읽고서 정신적 변화를 겪으며 신에 대한 사랑과 기도로 향하게 되었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작품은 시대와 사상을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키케로는 단지 ‘미사여구를 잘 만드는 사람’, ‘기록을 잘하는 사람’으로 폄하되기도 했으며, 그의 철학적 저술을 단순히 플라톤의 작품을 모방한 아류작으로 평가 절하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히 정치철학적 측면에서 키케로의 독창적인 공헌을 인정하는 경향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서양에서 헬레니즘 철학이 부흥한 데 힘입어 그 시대 철학을 정리하고 종합적으로 비판한 키케로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새롭게 부활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키케로의 작품 상당수가 번역되었고 그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의 철학에 대한 연구는 일천한 상황이다. 이 책이 키케로의 철학 세계의 체계적인 안내서로서, 그의 철학에 대한 더욱 다양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 풍부한 인용과 명료한 분석으로 구명하는 키케로의 철학 세계
이 책의 저자 김용민 교수는 플라톤과 루소 등 서양 정치철학의 연원과 발전을 활발히 연구해왔다. 국내에서는 전무하다시피 했던 키케로 철학에 천착해 지난 10여 년간 연구해온 결실을 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키케로는 국가의 정치 질서를 세우는 것에서부터 개인의 슬픔을 치유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걸쳐 방대한 철학적 저술을 남겼다. 이 책에서는 서론에서 키케로의 철학을 개관한 후 키케로의 철학적 저술을 각각의 주제에 따라 분류해 차근차근 구명해간다. 저자는 키케로의 철학을 크게 정치철학, 논리학, 자연학, 윤리학 분야로 나눠 각 분야의 저술을 속속들이 분석하는 한편, 전체 체계 속에서 그 상관관계를 밝혀낸다. 1부는 정치철학 분야로 키케로의 저작 중 『국가에 관하여』, 『법률에 관하여』, 『웅변가에 관하여』, 『의무에 관하여』에 대해 고찰한다. 헬레니즘 철학 체계가 ‘논리학→자연학→윤리학’의 순서로 상승하는 것을 고려해, 2부는 논리학과 자연학을 다루는데, 키케로의 『아카데미의 회의주의에 관하여』, 『신들의 본성에 관하여』를 대상으로 한다. 3부의 주제는 헬레니즘 철학 체계의 정점에 위치하는 윤리학 분야로서 키케로의 『최고선과 최고악에 관하여』, 『투스쿨룸에서의 대화』를 논의 대상으로 삼는다. 저자는 논의되는 작품들을 풍부하게 인용하여 키케로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했고, 키케로가 헬레니즘 철학을 논구할 때 그러했듯이 구체적인 주장을 하나하나 주의 깊게 살피며 키케로의 철학 세계에 대한 짜임새 있고 명료한 해석을 제공한다.
프롤로그
서론 키케로의 철학 세계 1. 키케로의 생애와 작품 세계 2. 키케로와 플라톤 3. 키케로와 헬레니즘 철학 시대 4. 키케로와 헬레니즘 철학 체계 5. 키케로의 철학적 공헌 6. 왜 다시 키케로인가 7. 책의 구성
1부 키케로의 정치철학
1장 이상국가와 법률: 『국가에 관하여』와 『법률에 관하여』 1. 키케로 정치철학의 위상 2. ‘로마인 플라톤’으로서의 키케로 3. 키케로의 『국가에 관하여』: 자유, 재산, 혼합정체를 중심으로 4. 키케로의 『법률에 관하여』: 자연법과 정의를 중심으로 5. 조화와 정의를 위한 정치철학
2장 수사학과 정치 1. 이상적 웅변가와 수사학 2. 철학과 수사학의 싸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3. 『웅변가에 관하여』에 나타난 수사학과 정치 4. 수사학과 보편교육
3장 이상적 정치가와 정치교육 1. 이상적 정치가 양성을 위한 교육 2. 정치교육과 수사학 3. 정치적 의무와 실천윤리학 4. 정의교육의 중요성
2부 헬레니즘 철학 체계의 토대: 논리학과 자연학
4장 논리학 1. 철학 여정의 시작 2. 『아카데미의 회의주의』에 나타난 헬레니즘 철학 3. 『루쿨루스』에 나타난 인식론: 구아카데미 대 신아카데미 4. 논리학의 위상 제고
5장 자연학: 에피쿠로스 신학과 스토아 신학에 관한 비판적 고찰 1. 헬레니즘 철학 시대의 신학 2. 『신들의 본성』의 배경과 구조 3. 자연학의 분야로서 우주론과 신학 4. 에피쿠로스 신학과 그 비판: 벨레이우스 대 코타 5. 스토아 신학과 그 비판: 발부스 대 코타 6. 종교교육을 통한 정치 개혁의 모색
3부 헬레니즘 철학 체계의 정점: 윤리학
6장 에피쿠로스 윤리학 비판 1. 최고선과 윤리학 2. 『최고선과 최고악』1~2권의 서론과 배경 3. 에피쿠로스의 철학 체계 4. 쾌락의 정의: 정적 쾌락과 동적 쾌락 5. 카르네아데스 윤리학설 분류법과 키케로의 윤리학설 분류법 6. 지혜·절제·용기·정의의 4주덕과 우정 7. 육체적 쾌락과 정신적 쾌락 8. 에피쿠로스 윤리학의 비일관성
7장 스토아 윤리학과 구아카데미학파의 윤리학 비판 1. 윤리학의 핵심 주제 2. 『최고선과 최고악』 3~5권의 배경 3. 스토아학파와 구아카데미학파의 철학 체계 4. 카르네아데스의 윤리학설 분류법 5. 인간 본성과 도덕발전론 6. 최고선과 행복 7. 최고선에 대한 판단: “나 홀로 자유롭다”
8장 행복의 철학과 영혼치료학으로서 철학 1. 행복한 삶과 철학 2. 『투스쿨룸』의 배경과 특색 3. 죽음과 고통에 대한 전통 철학의 처방 4. 영혼의 병의 치료사로서의 철학 5. 덕과 행복의 원천으로서의 철학 6. ‘영혼 돌봄’의 철학과 정치